아이를 잃는다는 공포는 아마 모든 부모가 가장 두려워하는 감정일 거예요.
영화 <클로젯>은 그런 감정에 공포 장르 특유의 오컬트적 상상력을 더해
단순히 무서운 귀신 이야기 이상으로 확장된, 심리 공포 스릴러입니다.
하정우, 김남길 주연의 이 영화는 실종된 딸과 옷장 속 세계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루며
시청자에게 공포와 동시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자, 이제 옷장 문을 열어볼까요?
줄거리: 아이가 사라졌다, 옷장 안으로
건축가인 상원(하정우)은 아내를 사고로 잃고, 딸 이나(허율)과 단둘이 살게 됩니다.
하지만 이나와의 관계는 소원하고, 이사를 간 새집에서 서로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죠.
그러던 중, 이나는 집 안 옷장 앞에서 혼잣말을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빠, 여기서 누가 날 불러.”
상원은 처음엔 그저 아이의 상상이라 생각했지만,
어느 날, 이나가 완전히 사라져버립니다.
경찰은 실종 사건으로 수사하지만,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해요.
답답하고 괴로운 상원 앞에 한 남자, 귀신을 본다는 퇴마사 '경훈(김남길)'이 나타납니다.
그는 말하죠.
“딸은 죽은 게 아니에요. 아직, 그 안에 있어요.”
바로 옷장 너머의 세계.
수많은 아이들이 사라졌던 그 옷장에는, 단순한 공간 이상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죠.
아이들의 한, 억울한 영혼, 그리고 그들의 기억 속 상처가 모여 만들어진 그곳.
상원은 이나를 찾기 위해,
그리고 ‘아빠’라는 이름을 되찾기 위해,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인 그 옷장 안으로 직접 들어갑니다.
리뷰: 귀신보다 무서운 건 부모의 외면
<클로젯>은 외형적으로는 전형적인 공포 영화 같지만,
그 안에는 꽤 묵직한 감정과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딸을 잃은 아버지가 느끼는 죄책감,
그리고 오랫동안 소통하지 못했던 가족 간의 단절이 영화의 주된 정서입니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사실 가족 안에서 서로 외면하는 마음이라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줘요.
하정우는 절제된 감정으로, 아버지 역할을 굉장히 현실적으로 연기했어요.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터질 듯 억눌린 모습이 인상 깊었고,
김남길 역시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캐릭터를 잘 살렸습니다.
그의 등장은 영화에 리듬감을 주는 동시에, 장르의 색을 더욱 선명하게 해주죠.
공포 연출도 나쁘지 않아요.
클리셰적인 순간도 있지만,
‘옷장’이라는 좁고 어두운 공간을 중심으로 한 설정이 꽤 신선했고,
상징적으로도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을 열어두는 구조예요.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공포의 원인을 단순한 ‘악령’이 아닌,
세상에서 외면당한 아이들의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거예요.
그들이 왜 그 안에 머무르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 순간,
공포보다 먼저 미안함과 먹먹함이 찾아오더라고요.
결말: 문 너머의 진실, 그리고 다시 열리는 문
결말부에서 상원은 경훈과 함께 옷장 안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그는 실종된 이나뿐 아니라,
그동안 사라졌던 수많은 아이들의 영혼을 마주하게 되죠.
하지만 그곳은 단순한 ‘귀신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방치되고, 학대당하고, 외면당했던 아이들의 기억이 응집된 곳.
그들의 울분이 만들어낸 세계였던 거예요.
상원은 결국 이나를 찾고,
자신이 아버지로서 부족했던 지난날을 진심으로 반성하며
그녀의 손을 붙잡고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됩니다.
경훈은 자신이 과거 놓쳤던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다른 아이들을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하죠.
하지만 영화는 아주 깔끔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아요.
엔딩 크레딧 직전, 또 다른 아이가 옷장 문을 열려는 듯한 암시가 등장하죠.
그 장면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주변 아이의 울음을 듣고 있나요?”
결론: 공포보다 더 진한 감정, <클로젯>이 남긴 여운
<클로젯>은 무섭기도 하지만, 마음이 아프고, 먹먹한 영화예요.
딸을 잃은 아버지의 감정선,
그 속에서 외면당한 아이들의 절규가 겹치며
영화는 단순한 오컬트물의 범주를 넘어섭니다.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다’라는 말,
<클로젯>을 보고 나면 더 깊이 공감될 거예요.
관계, 가족, 책임.
이 영화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정말 잘 보고 있느냐, 잘 듣고 있느냐”라고 묻는 듯합니다.
무서운 영화, 그러나 마음이 움직이는 영화.
<클로젯>, 공포영화를 넘어선 ‘감정 스릴러’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