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돌연변이’는 2015년에 개봉한 작품인데요, 처음 봤을 땐 그저 ‘특이한 SF 영화겠지’ 싶었는데, 보고 나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걸 남기는 영화더라고요. 물고기로 변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미디어, 사회,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에요. 기묘한 설정 속에 현실 풍자가 담겨 있어서 보고 나면 묘하게 씁쓸해지는 영화랄까요? 오늘은 ‘돌연변이’의 줄거리, 등장인물, 리뷰, 그리고 결말까지 편하게 풀어볼게요.
1. 줄거리 요약 – 사람에서 물고기로, 박구의 변신
이야기의 주인공은 박구(이광수)입니다. 돈이 급한 그는 고액 보상을 약속하는 신약 임상 실험에 참가하게 되는데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립니다. 점점 피부가 비늘처럼 바뀌고, 손가락도 합쳐지기 시작하면서 그는 말 그대로 ‘물고기 인간’으로 변해갑니다.
처음엔 당황하고 혼란스러웠던 박구,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건 세상이었습니다. 그를 향한 시선은 동정이나 이해가 아닌 ‘흥미’였죠. 언론은 그를 ‘인간 상어’라 부르고, 방송국은 그를 예능에 출연시키고 싶어 안달이에요. 갑자기 세상의 관심이 집중되지만, 그 관심은 전혀 따뜻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진(박보영)이라는 방송 작가가 박구를 취재하게 되는데요. 처음엔 그녀도 박구를 콘텐츠로 소비하려던 사람 중 하나였지만, 점점 박구의 진심과 고통을 마주하게 되면서 유일하게 그를 사람으로 바라보는 인물이 됩니다.
한편, 박구의 친구 김상원(이천희)은 좀 다릅니다. 처음엔 걱정해주는 척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박구를 통해 돈을 벌 생각을 하게 돼요. 박구가 사람인지 아닌지보다는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 더 집중하게 되죠. 그 외에도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 관계자들은 책임을 지기보다는 박구를 다시 실험하려고 하고, 박구는 점점 더 사회에서 고립된 존재가 되어갑니다.
2. 리뷰 – 기괴함 속 진짜 사람 이야기를 담은 영화
‘돌연변이’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장르적 혼종성이에요. 겉보기엔 분명히 SF고, 설정은 기괴한데, 안에 담긴 메시지는 오히려 굉장히 현실적이고 무겁습니다. 웃픈 장면들이 많지만, 그 웃음 뒤엔 씁쓸함이 남아요. 영화가 보여주는 건 단순한 ‘변이된 인간’이 아니라, 그를 소비하는 사회의 얼굴입니다.
박구의 고통은 단지 물리적인 게 아니에요.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잊히고, 필요 없어지면 내팽개쳐지는 그 경험은 우리 사회의 냉정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TV 예능에 나가 웃음을 주다가도, 시청률이 떨어지면 금세 퇴출되는 연예인들, 혹은 잠깐 유명해졌다 잊혀지는 SNS 인플루언서들을 떠올리게 하죠.
영화는 그런 인간 상품화, 미디어의 냉혈함, 그리고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아주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박구는 말 그대로 현대 사회의 희생양이고, 동시에 우리 모두가 박구를 소비하는 ‘관객’이 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도 함께 던지죠.
감독 권오광의 연출도 인상적이었어요. 과하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적당한 톤을 유지하면서 풍자와 현실감을 조화롭게 녹여냈습니다. 이광수 배우의 연기도 아주 좋았고요. 비주얼도 꽤 괜찮아서, ‘B급 느낌’만 있을 줄 알았는데 CG와 분장이 잘 어우러졌더군요.
3. 결말 해석 –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
결국 박구는 ‘이 사회에서는 더 이상 사람으로 살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소비하고 이용하는지, 그리고 거기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걸 자각하죠. 그래서 그는 바다로 향합니다.
이 장면은 꽤 상징적이에요. 바다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박구가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자, 더 이상 누군가의 구경거리가 되지 않는 곳이니까요. 그가 바다에 들어가는 순간, 영화는 끝나지만 관객의 머릿속엔 묵직한 질문이 남습니다. “나는 박구처럼 다른 존재를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나는 누군가를 소비하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이 결말이 주는 감정은 슬픔보다는 씁쓸함과 공감에 가까워요. 박구가 바다를 선택했다는 건,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선택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전달합니다.
어쩌면 진짜 ‘괴물’은 박구가 아니라, 그를 상품처럼 다룬 사회일지도 모릅니다.
돌연변이는 그렇게, 괴상한 이야기 속에서 진짜 인간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예요.
소재는 독특하고, 전개는 묘하게 현실적이며, 결말은 긴 여운을 남깁니다. 가볍게 보기엔 아까운 영화, 한 번쯤 진지하게 감상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