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향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지만,
결국 그건 거짓이었죠.
2020년 팬데믹 시기에 개봉해 묵직한 울림을 남긴 재난 영화 <그린랜드>.
지구 멸망이라는 익숙한 설정 속에서
화려한 CG 대신, 가족의 생존과 선택에 집중하며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입니다.
줄거리: 지구의 마지막 날, 살아남을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
건축 엔지니어 존(제라드 버틀러)는 아내 앨리슨(모리나 바카린),
아들 네이선과 함께 미국 교외에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어느 날, ‘클라크’라는 혜성의 파편이 지구에 접근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죠.
처음엔 단순한 천체 현상인 줄 알았지만,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도시는 혼란에 빠집니다.
그때, 정부에서 긴급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존 가족은 생존자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으니
특정 장소로 대피하라”는 문자 한 통.
하지만 대피 장소에 도착한 가족은
아들의 인슐린 약 때문에 탑승을 거부당하고,
세 사람은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다시 만나기 위한 여정.
그리고 그 와중에도 도시는 점점 무너지고,
혜성의 본체는 이제 지구와의 충돌 궤도에 완전히 진입하게 되죠.
과연 이 가족은 다시 만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리뷰: CG보다 중요한 건 감정이다
<그린랜드>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재난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다른 방향성을 가진 작품입니다.
화려한 폭발이나 대규모 파괴 장면이 많지 않고,
그 대신 사람들의 선택, 이기심, 공포, 사랑, 연대 같은
현실적인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하죠.
제라드 버틀러는 이번 작품에서 액션보다는 감정적인 가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뛰어난 군인도 아니고, 영웅도 아닙니다.
단지 가족을 지키고 싶은 아버지일 뿐이죠.
또한 부부로 등장하는 앨리슨과 존은
과거의 갈등과 후회를 지닌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이 영화는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
가족 영화로서의 감정선도 깊게 그려냅니다.
결말: 살아남은 자들, 그린랜드에서 눈을 뜨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가운데,
존과 앨리슨은 우여곡절 끝에 아들 네이선을 되찾고
함께 그린랜드의 대피 벙커로 향하게 됩니다.
마지막 순간, 혜성의 파편들이 지구 전역을 강타하고
대륙 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하죠.
그리고 마침내, 혜성의 본체가 충돌합니다.
세상은 어두워지고,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정적.
그런데 몇 개월 후.
대피소의 문이 열리고,
햇빛이 다시 비추며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암시합니다.
무수히 많은 도시와 국가가 사라졌지만,
소수의 생존자들은 그린랜드 벙커 안에서 살아남아
인류의 재건을 시작할 준비를 합니다.
후기: “난 재난 영화보다 가족 영화로 기억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그린랜드>는
‘지구 멸망’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가지고도
새로운 감정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크게 터지는 장면은 없어도,
부부가 다시 손을 잡는 장면,
아들이 “무서워”라고 말할 때 꾹 참고 끌어안는 부모의 눈빛 같은 것들이
가슴 깊숙이 박히더라고요.
특히 2020년,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불안정하던 시기에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영화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는 말을 남겼던 것도
참 인상 깊었어요.
사람의 본성과 선택,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리고 ‘살아남은 이후’까지 보여준
묵직한 재난 드라마.
자극적인 볼거리를 기대하셨다면 살짝 심심할 수도 있지만,
감정에 깊이 잠기고 싶은 분들께는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재난 영화로 추천드립니다.